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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신념은 반론의 여지를 용납하지 않는 종교적 형태를 띨 때 비로소 군중의 마음에 뿌리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신론도 군중이 받아들이면 종교적 감정처럼 여지없이 편협성을 띠고 겉으로 볼 때도 금세 하나의 광적인 종교가 될 것이다. 실증주의를 추구하는 한 소수파의 변화과정이 이를 입증하는 흥미로운 증거를 제공한다.
도스토엡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한 허무주의자에게 일어난 현상이 이 소수파에게도 일어났다. 어느 날 이성의 빛에 눈을 뜬 그는 교회 제단을 장식하고 있는 온갖 신과 성자의 형상을 부숴버리고 촛불도 껐다. 그리고는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뷔히너와 몰레스호트 같은 무신론자들의 저서로 빈자리를 채운 후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촛불을 켰다.
그런데 그가 이처럼 신앙의 대상을 바꿨다고 해서 종교적 감정까지 달라졌다고 진정 말할 수 있을까?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강주헌 역, 현대지성, 2021, 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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