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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와 목자의 대화 - 그리스인 조르바

PurpleGuy101 2025. 2. 27. 11:49

 

목자

내 식사는 준비되었고 암양의 젖도 짜 두었습니다.

내 집 대문은 잠기어 있고 불도 피웠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붓다 

내게는 더 이상 음식이나 젖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내 처소이며 불 또한 꺼졌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목자

내게는 황소가 있습니다. 내겐 암소가 있습니다.

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목초지도 있고 내 암소를 모두 거느릴 종자소도 있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붓다

내게는 황소도 암소도, 목초지도 없습니다.

내겐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목자

내게는 말 잘 듣고 부지런한 양치기 여자가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 여자는 내 아내였습니다. 밤에 아내를 희롱하는 나는 행복합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붓다 

내게는 자유롭고 착한 영혼이 있습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내 영혼을 길들여 왔고, 나와 희롱하는 것도 가르쳐 놓았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 그리스인 조르바 30p,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역, 열린책들